con.t_uommerce
26년 5월 30일 출근인사... 더 보기con.t_uommerce26년 5월 30일 출근인사
문득 미심쩍어서 –퇴근길 횡단보도 앞에선 늘 그렇지- 5월은 31일까지 있지요? 매니저 경화 님에게 물어보았다. 잠시 침묵. 파란불로 바뀌자, 5월은 31일까지 있어요. 대답해주었다. 그럼 그렇게 하자. 나는 5월 31일을 용인해주었고 5월이 이틀이나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5월 30일에 침대에 누워 있고, 31일에도 그럴 예정인 사람들. 그게 다 내 덕이고 매니저 님 덕도 조금 있다. 잉여의 첫날 아침이다.
신문 연재 종료. 딱 100주만 하자, 생각했던 일이 247주 동안 이어졌다. 덕분에 잉여의 첫날 아침이 한가하고 허전하다. 작년 월간지 연재가 끝났을 때 신문 연재마저 그만두게 되면, 서점 블로그에 연재를 하자, 다짐헀는데, 때에 다다르게 되었다. 주 1회는 엄혹하고 월 1회는 엉성해서 격주로 이어가볼까 한다. 적어두는 까닭은 –짐작 가능하겠지만- 약속하고 지키기 위해서이다. 각종 집필 노동자 대비 시인은, 읽히지 않음에 익숙하다. 그러므로 연재처가 어디이든 크게 상관이 없다. 다만 약속, 마감 약속이 중요할 뿐이다. 이번에 나는 분실에 대해 쓰고 싶다.
또, 잉여의 첫날 아침에 –방금 종소리를 들었으니 실은 오후이다- 나의 걱정은, 하재연의 새 시집 재고가 네 권뿐이라는 데에 있다. 아니, 하재연 주간인데. 하고 탄식해보았자 소용이 없다. 이제와 후회되는 건, 기왕이면 시인의 첫 시집 제목을 따서 ‘하재연 데이즈’하고 명명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여간, 하재연 새 시집 구매가 목적인 분들은 전화나 디엠으로 문의를 주셔야 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서점지기여서 송구합니다.
그런 하재연 주간, 하재연 데이즈의 마지막 날입니다. 하재연 시집의 맨 마지막 시를 인용하고 싶었는데, 헤살질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거지요. 반전이 있다는 건 아닙니다만, 하재연의 마지막 시는 마지막 시가 되기 위해 태어납니다. 오월 마지막 날의 시를 적어놓습니다. 이른 바 미래의 시입니다. 미래의 시라서 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는 유월 마지막, 칠월 마지막 날도 좋습니다. 13월의 마지막 날이어도. 그래서 언데드. 태어나는 시.
언데드
-
좋은 하루였다
다른 동물의 알이 먹히지 않고 낮이 지나간다
한낮이 둥그런 태양은
지구의 구멍과 같은 느낌이다
좋은 하루였다
깨어나도 꿈이었고
누군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손에서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비가 온종일 하루처럼 내린다
사람이 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무데서도 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떤 하루는
좋았고
사람에게 난 구멍은
빗소리를 잘 보이게 만든다
잘 보이는 빗소리의 풍경이
온 지구의 하루를 뒤덮는다
끝나지 않는 하루였다
-하재연,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문학과지성사,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