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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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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수) ~ 7/5(일) 까지
limi_knni 탁월한 피해자 | 곽아람 | 생각의 힘 젠더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남학생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줄 수 있겠냐는 말을 들었던 건, 얼마전 S교수(내곁에서재 단골)와 함께 동네 아이리시펍에 앉아 런던 프라이드 한 잔을 홀짝이면서였다. 20대 남학생들에게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적절할까? 아니면 레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어떨까? 하면서도 선뜻 하나를 꼽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거다’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젠더 감수성이 높아야할 곳이라면 나이스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법원(문유석 작가의 표현을 작가는 언급한다)이어야 할 것 같지만 성범죄와 스토킹 사건을 다루는 법원의 행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 싶다. 💬 법원은 절대 사과하는 법이 없다. “대한민국 법원처럼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기관을 나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법원의 모든 잘못은 ‘사법부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용서되었다.” (172p) 문제는 그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검사도, 변호사도, 피고인도, 피해자도, 모두가 법원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175p) 이 책은 작가가 지난 7년동안 스토킹 피해 당자자로 사회적 편견과 잘못된 사법 시스템에 맞서, 불안과 공포에 (남몰래) 눈물 흘리며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낸 피해자의 기록이며,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에 대한 기자의 고발이다. 총 450페이지에 이른다. 독자라면 읽는 내내 나처럼 ‘어이’와 ‘상식’ 모두 상실할 것이며, 작가가 인용한 어느 피해자의 문장 “차라리 죽여버릴 걸”에 눈동자가 오래 머물 것이다. 💬 법원에 소속된 사람들은 국가의 녹을 먹고 있으니 엄연히 공복이지만 대개 국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중략)….거칠게 표현하자면 ‘이것들이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베테랑 수사관도 아닌 경장이 단지 피의자가 보복협박 의도가 없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특가법상보복협박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그를 인용해 불기소, 고검도 그를 인용해 항고 기각, 고법도 그를 인용해 재정 신청 기각….회사로 치면 대리급이 내린 결정에 내 안정이 달렸는데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이걸 받아들이라고? 뭐야, ‘짐이 곧 국가다’인 거야? 분노하는 내게 변호사 지인이 말했다…..”원래 그래요.” (289p) 스토킹 가해자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야할까?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 나는 목숨이 위험한데, 현행법하에서 가해자를 평생 사회와 격리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를 때마다 고소해서 형량을 차근차근 늘린 후, 시간을 벌어서 그간 법이 바뀌거나, 예상치 않은 행운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였다. (382p) 만약 나였다면 작가와 같이 상황을 견뎌내며 일상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는 탁월한 피해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너무 잘 읽히고, 날카롭고 예리하다. 부디 이 책이 작가의 검이 되어, 작가 뿐 아니라 다른 스토킹 피해자들을 지켜주길. 🙏 💬 힘을 가진 여성이 완력 외의 대부분이 자신보다 열세에 놓인 남성의 먹잇감이 되었는데 소송 과정에서 갖은 고난을 겪는 이야기는 적어도 나는 읽은 기억이 없다.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지 않을 일로 치부되기 대문이리라. 그러나 실상을 다르다. 나처럼 드물게 좋은 환경에 있는 피해자, 그러니까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고, 이른바 ‘대한민국 1등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법적 지식이 있고, 제법 탄탄한 인맥을 갖춘 40대 여성이 무직의 50대 스토커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과정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해 발버둥 쳐야 한다면, 평균적인 환경의 피해자가 힘 있는 가해자와 맞설 때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나도 이렇게 힘든데, 보통의 피해자들은 도대체 어떤 시간을 견디고 잇는 걸까? 사건을 겪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문제의식을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417p) 에필로그 중 다시 말하건대, 바로 이 책이다. 이 나라의 남성이라면 모두 읽어야할 책이다. 특히 정치인와 사법부, 경찰에겐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 아니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이 책을 읽고 개인 SNS에 독후감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 AI도 학습할테니. #탁월한피해자 #곽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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