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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헤매임 끝, 마침내 만난 프로그램! ... 더 보기somewwn_co긴 헤매임 끝, 마침내 만난 프로그램!
인기 많은 곡들도, 유명한 곡들도 아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어느 추운 날 아침에 열어 본 메일함의 일흔이 다 되신 저의 참 스승, Gabriele Kupfernagel교수님의 편지를 읽고 마음을 먹었어요.
“네가 ‘음악의 깊이’를 탐구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나를 무척 기쁘게 하고, 동시에 마음을 놓이게 해준단다.
그 길은 때론 청중이 더 적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상대와 훨씬 더 깊고 진한 소통과 닿음을 만들어줄 수 있어.
지금도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거나 나의 경험을 전할 수 있을 때 큰 충만함을 느낀단다.“
드뷔시가 무소르그스키에 대해서 말한 글.
”새삼 말하지만 이 모든 작은 드라마들은 극도로 소박하게 표현되었다. 누군가는 너무 빈약하다고 생각할 화음 하나, 너무나 본능적이어서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조바꿈 하나면 무소르그스키에게는 충분하다.
감정을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옮기다가 음악을 발견한 원시인의 예술이 이런 것일까.그는 우리의 숭배를 받을 자격을 두루 갖추었다.“
때론 청중이 적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더 진한 소통과 닿음을 만들 수 있다. 또 너무나 본능적이어서 원시인의 예술이라 말하며 동시에 그 자체가 ‘숭배’라는 단어를 쓸 정도의 예술로 드뷔시에게 다가간 무소르그스키의 음악. 이것들이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연주가 많은데,
텅텅빌지도 모르는 한 번의 연주를 위해서 뭐 그리 많은 고민과 철학을 가져오고, 뭐 그리 노력을 해야 하나. 내가 뭐 대단한 음악가라고. 난 실수도 많이하는 천방지축 피아니스트인데. 안전하게 가자. 인기많은 곡들을 치자. 철학보다 공부했던 곡들, 이미 익숙한 프로그램으로 가자. 하는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기로 했습니다.정말 이끌림이 있고, 힘들더라도 정신이 연결된 이들의 작품을 연주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세상에 위대한 음악가들이 많으니 저같이 원시인의 예술.. 같은 본능적 음악가들도 실수투성이 음악가들도 있어야 세상이 좀 더 재밌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실수를 없애려 가혹한 연습시간들을 보내긴 한답니다!) 그리고 유명하지 않고 대단히 멋진 음악일지는 모르겠지만, 드뷔시를 중심으로 엮여있는 라모와 무소르그스키, 그들이 음악에 가장 본능적으로 심어놓은 ”IMAGO“를 전달해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말이 참 많죠? 이것도 참은 거랍니다. 내면에 온갖 생각과 고민들이 얽히고 설켜서 음악을 떠나보내고 새로 맞이하는데 참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그래서.. 이번 연주는 티켓도 많이 많이 남아있고, 실수투성이일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하지만 가장 본능적이고 가장 진실된 연주를 쏟아부을 것을 약속드리며, ‘원시인의 예술’을 클래식의 음악에서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12월 27일 토요일 5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뵙기를 바라며, 모두 고유한 겨울 보내고 계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