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_bjoq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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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Y는 조금 조용한 데님입니다. BAILEY가 오래된 친구 같은 청바지라면, EMILY는 어딘가 더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에 가까워요. 크게 말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눈에 남는 사람들 있잖아요. 얌전해 보이는데 안에 힘이 분명히 있는 사람. 우리는 EMILY를 만들면서 자꾸 그런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핏은 아주 절제된 부츠컷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과장된 부츠컷은 아니에요. 무릎 아래로 갑자기 확 퍼지는 실루엣보다는 스트레이트와 부츠컷의 경계 어딘가에 가까운 형태. 그래서 정사이즈로 입으면 굉장히 단정하고 길어 보이는 실루엣이 나오고 한 사이즈 크게 입으면 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게 스트레이트인지 부츠컷인지 살짝 모호해지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애매한 경계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너무 여성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중성적으로 흐르지도 않는 그 균형. 납작한 플랫 슈즈 하나 신고 걸을 때 가장 예쁜 데님 같았어요. 걸음도 괜히 더 가벼워 보이구요.
컬러 역시 EMILY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부분입니다. 사실 “청바지다운 블루”라는 말은 너무 흔하지만, 막상 그 한 점의 블루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너무 밝으면 가벼워지고, 너무 어두우면 답답해지고, 너무 탁하면 금방 질립니다. EMILY는 우리가 떠올리는 가장 클래식한 데님 블루를 기준으로 오래 조율한 컬러입니다. 분명 푸른데 깊이가 있고, 맑은데 가볍지 않은 블루. 햇빛 아래서 봤을 때와 실내에서 봤을 때의 분위기도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밝고 청량한 느낌 안에서도 인디고의 깊이가 은은하게 살아있도록 여러 번 톤을 조정했습니다.
원단은 12oz 데님에 스판 2%를 더해 제작했습니다. BAILEY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착용감이에요. 그래서 EMILY는 입었을 때 몸을 억지로 조이는 느낌보다는, 아래로 부드럽게 흐르며 실루엣을 정리해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바디를 안정감 있게 잡아주면서도 움직일 때는 생각보다 훨씬 편안해요. 하루 종일 입고 있어도 피로감이 적고 오래 앉거나 많이 걷는 날에도 부담 없이 손이 가는 데님이었으면 했습니다.
워싱은 밝고 깨끗한 블루 톤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스톤 바이오와 탈색 공정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컬러를 정리했고, 바닥 톤이 너무 탁하게 죽지 않도록 블루 쉐이드를 굉장히 섬세하게 살려가며 작업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서 보면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라 여러 결의 블루가 겹쳐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데님 특유의 결도 자연스럽게 살아있구요. 너무 빈티지하게 밀어붙이지도, 반대로 너무 깨끗하게만 가지도 않으려 했습니다. 결국 오래 입었을 때 더 자연스러워지는 방향에 가까웠어요.
디테일 역시 최대한 조용하게 정리했습니다. 허리는 안정감 있게 잡아주되 답답하지 않도록 설계했고, 포켓 각도나 시접 마감 같은 부분들도 전체 실루엣이 흐트러지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 조율했습니다. 하지만 EMILY 역시 디테일을 크게 드러내는 데님은 아니었으면 했어요. 설명을 길게 듣지 않아도 그냥 입었을 때 “어딘가 균형이 좋다”는 느낌이 남는 바지. 셔츠 하나만 툭 입어도 괜찮고 니트나 자켓 아래에서도 쉽게 정리되는 데님. 결국 자주 입게 되는 건 그런 바지라고 생각했습니다.
EMILY는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오래 남는 데님이었으면 합니다. 크게 유행을 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바지.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봤는데 괜히 사람을 길고 단정해 보이게 만드는 청바지. 우리는 언제나 클래식을 만들고 싶으니까요.
👩🏽: Quietly becoming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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